Barboy와 Spiegel: 펜던트 너머의 베르너 팬톤

1963년의 Barboy와 1969년 함부르크 Der Spiegel 사옥 인테리어에서 태어난 Spiegel 램프. 낮고 벽에 가까운 두 디자인으로 방 전체를 하나의 디자인으로 본 베르너 팬톤의 생각을 살펴봅니다.

Barboy3 분 분량

VERPAN Barboy by Verner Panton in blue with three round drawers open

대부분의 사람은 펜던트 조명으로 베르너 팬톤을 처음 만납니다. 식탁 위의 VP Globe, 계단실에 무리 지어 걸린 Fun 셸처럼요. 이 글은 더 낮은 곳, 벽에 더 가까이 놓이는 두 디자인, 1963년의 Barboy와 1969년 함부르크 프로젝트에서 나온 Spiegel 램프를 살펴보며 팬톤이 방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아봅니다.

방을 하나의 오브제로 다룬 디자이너

팬톤(1926–1998)은 건축가로 교육받았고, 경력 초기를 아르네 야콥센의 스튜디오에서 보냈습니다. 그곳에서 익힌 규율을 그는 훗날 알아보기 힘들 만큼 과감하게 비틀었습니다. 1960년대 초에 그는 이미 덴마크 모더니즘 주류의 절제와 결별한 상태였습니다. 동시대 디자이너들이 티크와 가죽을 다듬는 동안 그는 강렬한 색, 플라스틱, 금속, 래커 마감 표면을 택했고, 단일 가구보다 공간 전체를 디자인하는 일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이 변화는 여기서 다루는 두 디자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합니다. Barboy도 Spiegel도 따로 떨어진 오브제로만 보면 온전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둘 다 더 큰 구성의 한 요소로 구상되었습니다. Barboy는 소파 옆에서 침대 옆으로 굴려 옮길 수 있는 색의 덩어리로, Spiegel은 빛으로 이루어진 벽이나 천장의 타일 한 장으로요. 그렇게 읽으면 비례와 마감, 독특한 기하학이 장식이 아니라 의도된 것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1963년의 Barboy: 함께 움직이는 수납

팬톤은 1963년에 Barboy를 디자인했습니다. ø 38 cm, H 72.5 cm의 원통형으로, 성형 후 도장한 목재로 만들어 크롬 캐스터 위에 올렸습니다. 둥근 서랍 세 개가 본체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기 때문에 각각이 작은 트레이가 되고, 전체를 원반을 쌓은 듯 펼쳐 열 수 있습니다. 닫으면 사이드 테이블, 열면 바 트롤리가 되며, 침대 옆 수납장이나 리모컨, 잡지, 유리잔을 눈에 띄지 않게 넣어 두는 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이름은 바 트롤리를 가리키지만, 팬톤은 그 익숙한 아이디어에 조각적인 형태를 입혔습니다. 다리도, 비스듬히 튀어나온 손잡이도 없이 회전하며 열리는 기둥 하나일 뿐입니다. 이 디자인을 규정하는 것은 무광 도장 본체와 캐스터, 서랍 손잡이의 반짝이는 크롬 사이의 대비입니다. 부드러운 색의 덩어리와 빛나는 금속 디테일의 조합은 그의 가구와 조명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세 개의 둥근 서랍을 펼쳐 연 블루 컬러의 VERPAN Barboy
서랍을 연 블루 Barboy. 각 서랍은 원통에서 완전히 빠져나옵니다.

무게는 24 kg으로, 작은 설치 면적에 비해 무거운 편입니다. 이 무게 덕분에 서랍을 열어도 안정적이고, 캐스터가 있어 들어 올릴 일은 거의 없습니다. 소파 옆, 독서 의자 옆, 또는 서랍 달린 협탁을 둘 공간이 없는 침실의 침대 옆처럼 이리저리 옮겨 쓸 수 있는 곳에서 가장 빛을 발합니다.

디자인의 일부인 색

팬톤은 색을 마감이 아니라 구조로 다뤘고, Barboy는 블랙, 화이트, 블루, 오렌지, 머시룸, 라일락 그레이의 여섯 가지 색으로 나옵니다. 블루와 오렌지는 1960년대의 기운을 가장 직접적으로 전하며, 뉴트럴한 방에 하나만 두는 강한 포인트가 됩니다. 머시룸과 라일락 그레이는 차분해서 오크 바닥이나 옅은 색 패브릭과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블랙과 화이트는 원통을 그래픽한 형태로 바꿔 주어, 이미 패턴이 많은 방에 잘 맞습니다.

서랍을 연 라일락 그레이 VERPAN Barboy
Barboy의 부드러운 색 가운데 하나인 라일락 그레이.

1969년의 Der Spiegel: 건물 전체를 하나의 인테리어로

1969년 팬톤은 경력에서 손꼽히게 야심 찬 인테리어 의뢰를 맡았습니다. 함부르크에 있는 Der Spiegel 출판사 본사의 인테리어였습니다. 그는 빛과 색, 표면을 하나의 악기처럼 다루며 방들을 강렬한 색채로 감싸고 맞춤 조명을 설치했습니다. 특히 직원 식당은 가장 잘 알려진 팬톤 인테리어 가운데 하나가 되었고, 지금도 1960년대 후반 토털 디자인을 대표하는 사례로 꼽힙니다.

Spiegel 램프는 그 공간 안에서 태어났고 이름도 그곳에서 따왔습니다. 그 기하학에는 건축가처럼 생각하는 팬톤이 드러납니다. 62.5 x 62.5 cm, 깊이 20 cm의 브러시드 알루미늄 정사각형 평판으로, 가운데의 돔이 광원을 가립니다. 빛이 금속 면 쪽으로 되돌아 퍼지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은 맨 전구가 아니라 표면에 번지는 부드러운 빛무리입니다. 그 결과 눈부심 없는 은은한 빛이 생기고, 램프는 거의 부조 패널처럼 보입니다.

가운데 돔이 있는 정사각형 판 형태의 브러시드 알루미늄 VERPAN Spiegel 램프
브러시드 알루미늄 Spiegel: 정사각형 면과 가운데의 돔.

벽이나 천장에 Spiegel을 두고 살기

반복되는 시스템의 일부로 디자인되었기 때문에 Spiegel은 하나로도, 여러 개를 묶어서도, 벽에도 천장에도 쓸 수 있습니다. 복도나 침대 위에 하나만 달면 고른 은은한 빛이 퍼지고, 불을 껐을 때는 강한 그래픽 형태가 남습니다. 넓은 벽에 여러 개를 격자로 배치하면 함부르크의 원래 아이디어가 되살아나, 정사각형들이 각각의 조명기구가 아니라 하나의 빛나는 면으로 읽힙니다.

이 형태에서 몇 가지 실용적인 점이 나옵니다. 깊이가 20 cm라 대부분의 조각적인 벽 조명보다 덜 튀어나와 복도나 계단참에서 유리합니다. 브러시드 알루미늄은 주변 벽의 색을 받아들여 흰 벽 앞에서는 차갑게, 오커나 러스트 색 벽 앞에서는 따뜻하게 보입니다. 또 빛이 간접적이므로 무드 조명으로 계획하고, 집중된 빛이 필요한 곳에는 독서등이나 작업등을 더하세요.

실내에 설치된 VERPAN Spiegel 램프
벽에 밀착해 달면 Spiegel은 벽면의 일부처럼 보입니다.

더 부드러운 대안: 벽에 거는 Fun

Spiegel의 금속 기하학이 침실이나 거실에 너무 건축적으로 느껴진다면, Fun Wall Lamp가 같은 벽 부착형, 은은한 빛의 접근을 전혀 다른 소재로 보여 줍니다. 팬톤은 Barboy 이듬해인 1964년에 Fun 시리즈를 디자인했습니다. Ø 40 cm, H 58 cm의 세 개의 링으로 된 크롬 프레임에 조개껍데기 원반들이 줄지어 매달려, 빛을 잘게 부수어 실내 공기에 따라 흔들리는 따뜻한 반짝임으로 바꿉니다.

크롬 프레임에 조개껍데기 원반을 단 VERPAN Fun Wall Lamp
Fun Wall Lamp: 세 개의 링으로 된 크롬 프레임에 달린 조개껍데기 원반.

둘을 나란히 놓고 보면 불과 5년 사이에 펼쳐진 팬톤 사고의 폭이 보입니다. Fun에는 조개껍데기와 크롬, Spiegel에는 브러시드 알루미늄, Barboy에는 도장한 목재와 크롬. 조개껍데기 시리즈에 대해서는 베르너 팬톤의 Fun 램프와 조개껍데기 원반에 관한 글도 읽어 보세요.

한 방에서 함께 쓰기

세 디자인은 같은 어휘를 공유하기 때문에, 방이 어설픈 복고풍 흉내로 기울지 않으면서도 쉽게 조합할 수 있습니다. 소파 옆에 오렌지나 블루 Barboy를 두고 그 위에 Spiegel 램프 두 개를 달면, 강한 색 하나와 강한 금속 면 하나가 생깁니다. 침실에서는 머시룸이나 라일락 그레이 Barboy가 협탁을 대신하고, 양쪽에 Fun Wall Lamp를 하나씩 달면 바닥을 완전히 비울 수 있습니다. 한 가지를 주인공으로 삼고 벽은 차분하게 두면 팬톤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VERPAN은 팬톤의 도면, 컬러 차트, 프로토타입을 바탕으로 이 디자인들을 계속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의 다른 조명과 가구는 VERPAN 컬렉션에서 만나 보세요.

저널 더 보기